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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숙 한지공예가, “한국, 한지공예 종주국으로 발돋움시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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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3-13 00:00 조회21,4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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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숙 한지공예가, “한국, 한지공예 종주국으로 발돋움시킬 것”
[신지식인] 심화숙 전통한지공예가협회 회장
 

   
▲ 심화숙 명장(맨 오른쪽)과 한지공예 체험을 마친 외국인들이 각자 만든 한지공예품을 자랑하고 있다.  
[에브리뉴스=문세영 기자] 현대인들에게 종이를 연상해보라는 주문을 부탁하면 공장에서 대량생산하는 매끈한 양지를 떠올릴 것이다. 양지는 제조 과정이 단순해 보급화가 수월한 만큼 오늘날 일상에서 사용하는 노트, 다이어리, , A4 용지 등에 많이 사용된다.   <?xml:namespace prefix = "o" />

하지만 이처럼 보편적 사용 빈도가 높은 양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보존성 문제다. 오랜만에 펼쳐본 책이 누렇게 바랬거나 삭아서 부서지는 현상을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서 바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한국의 전통지인 한지는 바람이 잘 통하고 습도 조절이 자유로워 보존성이 우수하다. 따라서 좀처럼 쉽게 곰삭는 법이 없다.  

비단 한지의 장점이 보존성 하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단순한 종이 이상의 특별한 가치를 지닌 한지의 진가를 이해하기 위해 한지공예전문가 심화숙 명장을 만났다.  

현재 전통한지공예가협회 회장이자 한국신지식인협회 상임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심화숙 명장은 지난 25년간 한지공예를 해오면서 조상들의 슬기와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한지 기술에 현대적인 감각을 적용해 유화보다 더 유화 같은 한지 그림을 만들거나 한지 섬유 신소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매년 서너 차례 해외에서 전시회와 강연을 펼치며 한지공예의 세계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는 심화숙 명장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한옥마을을 찾았다. 북촌한옥마을에는 심화숙 명장의 한지공방, 갤러리, 한지공예판매장 등이 자리하고 있다.  

   
▲ 북촌한옥마을에 위치한 심화숙 명장의 한지공방
기자가 심화숙 명장을 만나러 도착한 늦은 오후, 매장을 찾은 여자 손님이 한지 진짜 너무 좋다라는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보급화와 산업화가 더딜 뿐 한지공예가 마니아층을 거느린 것만은 분명한 듯 보였다.

한지공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이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한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손님과의 유쾌한 대화를 마친 심화숙 명장은 한지는 숨을 쉬죠. 따뜻함이 있구요라며 한지의 특색에 대한 설명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지는 기물에 붙일 때 모양이 잘 잡히는 성질이 있어요. 원이면 원, 삼각형이면 삼각형. 양지는 단단해서 모양이 안 잡히지만 한지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자유로움으로 기물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죠라며 한지와 기물의 결속력에 대해 설명했다.  

한지는 양지보다 훨씬 보존성이 좋아요. 천년이 넘게 보존되고 있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나 700년이 넘은 직지심체요절이 아직까지 현존하잖아요. 양지는 100년을 넘기기 어렵죠라며 오늘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인쇄물을 보유할 수 있는 동력이 된 한지의 우수성을 증명했다.  

한지를 이해했다면 한지공예의 낯설음과 생소함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설날이나 추석에 주고받는 한과선물세트 케이스를 떠올린다면 한지공예가 보다 친숙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심 명장은 한지공예의 저변이 많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한지 섬유의 개발로 양말, 넥타이, 청바지를 만드는 패브릭 산업으로까지 영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지가 종이이기 때문에 쉽게 찢어질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의류 생산이 가능할 정도의 견고함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 명장은 집의 골격을 만들 수 있는 한지도 있어요. 경사와 위사를 교차시켜서 탄탄하게 짜내는 한지는 그만큼 단단하다는 거죠라며 자긍심을 내비쳤다.  

한지실 개발자인 심 명장은 숨을 쉬는 한지의 강점이 한지 의류에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한지양말을 신으면 한지가 숨을 쉬기 때문에 발이 축축하면 습기를 밖으로 뿜어내고 건조하면 밖으로부터 습기를 빨아들여 일정한 습도를 유지시켜요. 보온력이나 냄새를 잡아내는 능력도 우수하구요라며 한지실로 만든 천의 우수성을 자랑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를 2차 산업으로 이어가기에는 경제적 여건 등의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사실이다. 가령 한지로 만든 벽지는 습기가 찬 날 들떠도 건조해지면 바로 회복되는 뛰어날 회복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벽지회사와의 의견조율, 시공방법 등의 문제가 따르다보니 훌륭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산업화가 어렵다. 한지제조공장들 역시 영세한 상황에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심 명장은 전통문화를 산업화시키는 것은 더디고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6H 분야인 한지, 한글, 한옥, 한복, 한식, 한글음악 등에 대한 정부의 꾸준한 투자가 있는 만큼 언젠가는 산업화·보급화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 전통한지와 심화숙 명장의 한지공예
심 명장에 따르면 현재 한지공예는 한지실과 같은 신소재 개발뿐 아니라 일상 소도구, 기념품, 서랍장과 같은 큰 가구에까지 접목되고 있다. 블라인드 산업에도 한지가 사용돼 어둡고 답답한 수입 블라인드와는 달리 한지의 강점을 살린 은은한 채광이 돋보이는 블라인드 생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체험학습, 방과 후 특별활동을 위한 교육용 재료 공급, 지자체 강의, 행사 참가 등을 통한 한지공예 시장 개척에 나선 심 명장은 돌아오는 해에는 제1회 서울한지문화제도 기획하고 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해외로도 시각을 넓혀 한지공예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매년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박람회에 참여하거나 강의를 하면서 한지공예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정기적으로 매해 두 번씩 전시회를 열고 최근에는 홍콩의 한 대학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기도 했다.  

올해만 7번의 해외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심 명장은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 위치한 피에르 가르뎅 전시관에서 한지공예를 전시한 이력도 갖고 있다. 한지공예에 대한 피에르 가르뎅의 반응을 묻자 이게 무슨 종이냐 실크지라며 좋아했어요. 이걸로 집도 짓겠다고 했는데 정말 집을 지을 수 있는 한지 소재가 나왔네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한지공예를 신기해하며 좋아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심 명장은 외국인들이 한지공예 체험을 위해 방문하는 날짜들이 체크된 달력을 펼쳐 보였다. 달력에 체크된 동그라미에는 한지공예를 체험할 외국인 방문자들이 적게는 30, 많게는 100~200명 단위로 표시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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