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꽃의 영화뜰]
[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컷



※ 주의 : 영화 '살인자 리포트'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11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입니다. 기자님께 단독 인터뷰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취재로 이름깨나 날렸지만 회사에서 팽 당할 위기에 놓인 기자 '백선주'(조여정)는 자신을 살인자라고 소개하는 '이영훈'(정성일)의 전화를 받고, 고민 끝에 그를 단독 인터뷰하기로 한다. 예약된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나타난 살인자는 지KT 주식
나치게 멀끔한 모습, 심지어는 태연한 얼굴로 자신의 지난 만행이 담긴 영상을 건네는데…가까스로 냉정을 되찾은 '백선주'는 아래층에 잠복시킨 동료를 믿고, 밀실과 다름없는 호화 공간에서 살 떨리는 인터뷰에 돌입한다.
5일 개봉한 조영준 감독의 '살인자 리포트'는 표면적으로는 호텔이라는 밀실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이다. 스마트폰주식거래수수료
다만 대개 밀실을 무대장치로 삼은 흥행 장르물의 경우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 룸'(2002)이나 페데 알바레즈 감독의 '맨 인 더 다크'(2016)처럼 갇혀버린 공간에서 생존의 위협과 맞서 싸우는 긴박감을 떠올리기 쉬운데, '살인자 리포트'는 두 주인공 사이의 물리적인 충돌을 완전히 배제하고 '입심 맞대결'로 감정적 대결을 성사시킨다는 점이 특징적이다.정글북
기자 '백선주'가 질문하고 살인자 '이영훈'이 답변하던 최초의 구도는 '이영훈'이 역질문하고 '백선주'가 끌려가듯 대답하는 방향으로 전복되고, 그때부터는 상호 간 의식 싸움과 딜레마에 보다 치중한 쫀쫀한 심리 스릴러의 면모가 한층 강화된다.



▲ 영화 '살인자 리포트' 스틸장기투자
컷



'살인자 리포트'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더 큰 이유는 보는 이의 예상을 보란 듯 뒤엎는 대범한 반전에 있을 것이다. 관객은 '연쇄살인을 취재하려는 기자'와 '자신의 범행을 세상에 알리려는 살인자'의 대결 구도를 한 치도 의심하지 않은 채 상황에 몰입했다가, 이들이 전혀 신텍 주식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관계로 재정의되는 놀라운 순간과 마주한다. 자신을 정신과 의사로 소개한 살인자 '이영훈'은 상담 온 환자들의 고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직접 살인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하는데, 최면과도 같은 이야기에 점차 흔들리기 시작한 기자 '백선주'는 '이영훈'이 설계한 무대 위에서 완전히 새로운 사건의 주인공이 돼 중대한 선택까지 내리게 된다. 이때 드러나는 비밀은 연애, 결혼, 출산, 양육, 이혼 등 인생의 중대사를 거쳐온 관객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고통과 맞닿아 있어 어느 정도의 설득력까지 담보한다.

'살인자 리포트'는 밀실 스릴러라는 장르를 표방하며 장르영화 애호가의 초반 관심을 끌고, 예매 후 객석에 앉은 관객에게는 '기자'와 '살인자'의 심리적 대결을 부각하며 긴장감을 조성하며, 이후에는 도무지 예견하기 어려운 신선한 이야기 전개와 반전으로 매 순간 다음 장면을 궁금해하도록 이끄는 힘을 보여준다. 리메이크가 아닌 조영준 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연출한 원조성이 있는 작품이라는 점, 한정된 공간과 소수의 출연진으로 50억 원 대의 비교적 합리적인 제작비를 구축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한국 스릴러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을 점쳐보게 하는 또 하나의 작품으로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